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를 막판에 막아낸 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다. 2016년 최장기 철도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장관이 이번에는 중재자로 등판했다.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으로 사퇴설까지 거론된 김 장관은 총파업 하루 전 노사 협상을 극적으로 되살리며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당일 모든 일정 취소하고 대기…결렬 직후 등판 노조와 쌓은 라포 바탕으로 막판 협상 진전시켜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잠정 합의된 20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를 막판에 막아낸 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다. 2016년 최장기 철도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장관이 이번에는 중재자로 등판했다.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으로 사퇴설까지 거론된 김 장관은 총파업 하루 전 노사 협상을 극적으로 되살리며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장관은 전날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 서명 직후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 노사 자율교섭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 개입이 아닌 ‘노사 자율’에 방점을 찍으며 공을 돌린 것이다.
이어 “가장 큰 상처를 받았을 사람들은 삼성전자 구성원들” “국민기업의 성장통”이라며 노사 양측을 어루만졌다. 막판 협상 당일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중앙노동위원회의 3차 사후조정이 시작된 후 김 장관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정부세종청사에 머물렀다. 1주년 국정성과를 보고하는 국무회의도 차관이 대참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한 가지 쟁점만 남았다”고 할 정도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지만 오전 11시 40분, 결국 조정은 결렬됐다.
김 장관은 곧바로 노사 양측에 교섭 재개 의사를 타진했고, 오후 1시30분쯤 경기지방고용노동청으로 먼저 이동했다. 노사의 최종 참석 의사가 전달된 건 오후 2시를 넘긴 시점이었다. 김 장관은 경기청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4시 20분부터 직접 중재에 들어갔고, 약 6시간 만에 잠정합의를 끌어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총리 왼편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 장관은 1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지난 15~16일 삼성전자 노사를 연이어 만났다. 특히 15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의 만남이 전환점이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노조가 상당히 고립돼 있었는데, ‘본인들을 이해해주고 이해받는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라포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 신뢰로 노조가 장관의 최후 협상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전언이다. 총파업 직전까지 치달았던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막판에 되살린 배경에는 김 장관의 오랜 노동운동 경험이 있었다. 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인 2010~2012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철도노조 위원장으로 복귀해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에 반대해 7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도 주도했다.
‘현장형 노동장관’은 노사 갈등 현장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달 화물연대의 CU 물류 운송 거부 사태가 장기화하자 경남 진주 현장을 찾아 노사 양측을 설득했고, 결국 운송료 인상과 유급휴가 보장 등을 담은 합의를 끌어냈다.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김 장관은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 주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대화를 통한 해결’ 기조를 유지했고, 결국 직접 협상 테이블을 되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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