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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요구하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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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요구하는 약속
지방선거약속교통망 확충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기초의원과 단체장의 약속을 본다. 어떤 약속은 오랫동안 지연됐다. 비유적으로 말해 억만금이 드는 일인 경우가 있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약속도 있다. 이들에게 약속을 받아내려는 사람들이 선거사무소로 찾아온다.

지방선거 에 출마하는 기초의원과 단체장의 약속을 본다. 어떤 약속은 오랫동안 지연됐다. 비유적으로 말해 억만금이 드는 일인 경우가 있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약속도 있다. 이들에게 약속을 받아내려는 사람들이 선거사무소로 찾아온다.

하릴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지만, 목표를 갖고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을 약속하라. 적지 않은 시민들이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약속을 요구한다. 직접 찾아와 요구하는 약속은 구체적이다.

물질적인 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선 교통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아 보인다. 이 말은 '접근성'이라는 단어로 포장된다. 이미 수도권에서 최고의 접근성을 누리는 사람들이 더 나은 접근성을 말한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과 지하철역을 연결시켜달라.

내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그냥 걸어가기에 불편하고 힘드니, 지하보도를 뚫어 차 없는 실내공간으로 다니게 해주고 그 지하보도에는 무빙워크를 설치해 걷지 않고 집 앞에서 지하철역까지 닿게 해달라. 마을에 야트막한 동산이 있는데 이 동산을 깎아서 한 번에 번화가로 접근하게 해달라. 우리 마을 앞에 왕복 12차선 도로가 있어서 길을 건너기 어려우니 횡단보도를 하나 더 설치해달라. 횡단보도를 X자 형태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대체로 안전에 대한 욕구라 위의 언급한 사례와는 다르다.

지하를 파는 데 들어가는 세금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은 그만큼의 혜택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으니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연결되는 곳에 지하보도를 설치해 눈과 비를 피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도무지 납득할 방법을 못 찾았다. 사람들은 정말 지하철을 좋아한다. 어지간하면 지하철도보다 버스를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은 열외자다. 가장 가깝게 자신이 목적하는 곳까지 빠르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요구한다.

가끔 나는 서울과 경기도 인천의 지하세계가 너무 궁금하다. 한 번 지하철 건설 현장의 땅속을 들어가 본 기초의원은 지하에는 상상도 못 한 것들이 매설되어 있다며 지하안전지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가진 권한은 그리 크지 않아 지하안전지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거나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안타까웠다. 모든 선거에 등장하는 것은 교통망 확충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만큼 사람들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겠다. 수도권은 이미 충분히 연결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운전이 훨씬 수월하고 시간도 적게 든다. 국가의 개발 과정은 모두 서울로 향하는 것에 집중되었지, 경기도의 각 시군이 평등하게 오고 갈 구조는 아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라는 말은 사치다. 오직 서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비슷한 예로 광주에서 대구를 가는 일이나 목포에서 부산을 가는 경로는 꽤나 복잡하다. 서울 가는 게 쉽겠다는 말이 나온다는 건 수평적 접근에 대해서 이 나라는 신경 쓴 적 없다는 말로 들린다.

오직 서울, 서울, 서울뿐이다. 수많은 지방의원과 단체장들은 더 서울로 접근하기 좋은 라인을 끌어오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국회의원의 역할 중 하나가 대규모 교통망 확충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따오는 것이 된다. 이 도로망을 따라 대기업의 물류가 수도권 골목까지 배달된다.

마을 내 접근성보다 중앙을 향한 마음이 더 크다. 당선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민원을 무시할 수 없다. 약속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정치에 입문하려는 자의 것보다 크다. 이들은 누군가의 당락을 결정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찾아와 약속을 요구한다.

유권자의 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출마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명분을 찾는다. 자신이 생각했던 정의롭고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정책보다, 개인의 실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뽑아내게 된다. 혹자들은 정치인의 약속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공약은 '이것을 꼭 약속하라'고 강요하는 바닥에서 올라온다. 재선의 기초의원 한 명은 '모든 요구가 다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의로운 역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각 시민의 이기주의와 투쟁하다가 적당히 영합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떤 유권자들은 세를 몰고 다니며 수천 명이 모여 있는 단체채팅방을 운영한다. 어떤 유권자들은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드나드는 사람들의 등급을 매긴다. 원칙을 정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지만 결국은 운영자의 입맛과 목적에 맞는 이야기만 남는다.

어떤 이들은 부동산을 사고팔며 지역의 집값을 뒤흔들고, 여론을 조성해 주민소환을 실행한다. 이들의 실천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어서 선출직 공직자에 해당하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목줄을 틀어쥐려고 한다. 과거가 내세울 만하거나 재산도 남부럽지 않다면 의회로 입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쨌거나 선거판에는 기본적으로 먼저 융통해서 사용할 돈이 필요한 것이다.

이들 주변에는 이들과 유사한 욕망이 모인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내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욕망'이다. 이 날것의 욕망에는 정치인도 정책도 국가도 모두 도구이자 수단이 된다. 지하철역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도, 재개발을 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들이 사는 아파트의 집값이 수십억에 이르는데도 절대 만족하지 못하고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관공서를 압박할 방책을 찾는다. 관리비를 지원받을 수는 없을 것 같으니 대단위 단지에 공급되는 전력을 싸게 해달라는 나름대로의 묘안을 내는 것이다. 이들에게 태양열 집진판을 설치해 단지 내부의 공용전기라도 사용할 방법을 제안하면 '보기 흉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을 대놓고 하진 않고 '그게 별로 효율적이지도 않고 관리비가 오히려 많이 든다더라'며 손사래를 친다. 인근에 지역의 친환경 발전소를 추진한다면 그 역시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기는 싸게 쓰고 싶다. 내 집에서 보이는 저 송전탑을 지하로 넣어달라 요구한다. 그 전기가 당신의 집에 들어가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들은 대체 어떤 동화 같은 삶을 원하는 걸까.

전봇대도 없고 하수구도 없고 노숙인도 없는, 잘 정돈된 정원과 상냥한 사람들만 가득했던 동화 같은 마을을 기억한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즉 그의 조작된 인생이 이어지던 그 세트장이다. 지방을 착취하여 끌어올리는 고압의 송전탑도 없고, 내 건강에 영향을 끼칠 것 같은 전선과 전봇대도 없으며, 부서진 보도블록도 없고 태양열 집진판도 안 보이는데 모든 시설은 끊임없이 전기를 잡아먹는 마을. 고학력 고소득자로 가득 차서 곳간에서 인심 나는 상냥함이 매일 펼쳐지는 곳을 원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이웃을 선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스카이캐슬에 입성하고 싶은 것이다. 선거운동 개시일, 자정부터 현수막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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